viernes, mayo 08, 2009

인도에 부는 '한국어 열풍'

지난 19일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 위치한 네루대학교 강의실은 한국어능력시험(토픽•TOPIK)에 응시한 인도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토픽 시험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997년부터 매년 외국인과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한국어능력 검증시험으로 올 상반기에는 25개국 97개 지역에서 9만6141명이 응시했다. 그 중에서도 인도는 매년 응시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이날 응시생들은 대학에서 1~2년간 한국어를 공부한 학생들로, 띄어쓰기를 제외하고는 맞춤법과 단어 활용에 거의 틀린 것이 없을 정도의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한국 기업에 취직하고 싶어요.”> 인도 청년들이 한국어 공부에 열을 올리는 것은 한국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다. 현재 인도 뉴델리와 첸나이, 뭄바이 등지에 진출한 기업은 삼성과 엘지, 현대자동차 등 250여개. 한국 기업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학사업을 통해 한국으로 유학까지 보내준다. 이 때문에 인도에서 한국 기업에 들어가는 것은 선망의 대상이다.

이들 회사는 인도 현지어와 한국어, 영어가 모두 가능한 인재를 최우선으로 뽑기에 한국어는 일본, 중국어보다 인기가 높다. 문장 어순이 인도 표준어인 힌디어와 비슷해 배우기도 수월한 편이다.

평가원에 따르면 2006년부터 뉴델리에서 시행된 한국어능력시험은 응시생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로 지난해와 올해 150명이 넘는 인원이 시험을 봤다.

이날 현지에서 시험을 총지휘한 주 인도 한국 대사관 정용환 영사는 “한국 기업과 상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 한국어를 공부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최고 명문 델리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워심 칸(20)씨는 다른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하고 한국어 공부를 위해 다시 입학했다. 그는 “삼성 등 유명한 한국 기업에 들어가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학교 수업 이외에도 스스로 매일 2~3시간씩 꾸준히 공부한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한국과 ‘IT 강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인도인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 대중가요와 영화를 많이 접한다. 아직까지 동남아 지역과 같은 ‘한류 붐’은 일어나지 않지만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가수 ‘빅뱅’을 좋아해 한국 이름을 ‘김태양’이라고 지었다는 아밀(25)씨는 “인터넷에서 한국 노래를 자주 찾아 듣는다”며 “전통음악인 ‘아리랑’을 특히 좋아한다”고 자랑했다.

<한국어 교육기관 확대 등 정부 지원 절실>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인도인들의 관심은 높지만 이를 가르치는 기관은 많지 않다. 인도 내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델리대와 네루대 두 곳뿐으로 이들 대학의 입시경쟁률은 매년 3, 4대 1에 달한다.

석사학위 과정이 있는 곳은 네루대 한 곳뿐이고, 박사학위 과정은 아직 개설되지 않아 현지에서 한국어 교수를 양성하기가 어렵다. 한국인 파견교수도 두 대학 통틀어 4명에 불과하고 인도인 교수까지 합쳐도 10명이 채 넘지 않는다. 초, 중, 고교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인도 현지인 출신 첫 한국어과 교수인 네루대 자야(54, 여) 교수는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에 비해 이를 가르치는 학교가 너무 적다”며 “한국 정부 차원에서 한국어 보급 등에 조금만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한국문화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 학생을 위한 ‘한글학교’도 상황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120여명의 한국 학생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 한국 교과서로 공부하지만 교실이 따로 없어 미국 대사관에서 운영하는 학교 식당을 빌려쓰고 있다.

이 학교 윤춘자 교장은 “한글학교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학생이 많은데 장소가 마땅치 않다 보니 다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시설 탓에 한국 학생들 간에 활발한 교류를 할 수 없는 것이 참 아쉽다”고 하소연했다.

주 인도 한국 대사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까지 한국문화원을 개설하는 것을 목표로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문화원이 개설되면 인도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육을 할 수 있고 다양한 문화행사도 가능하다. 또 한글학교 운영을 위한 장소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대사관 측은 전망하고 있다.

대사관 정상원 1등서기관은 “한국문화원을 만드는 것이 우리 대사관의 숙원사업”이라며 “한국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공:세계일보